본문 바로가기

영화 명장면

★ 영화속명장면 - 언두 Undo 1994 ★ 결국 우리는 풀고 있었던 것일까. 묶고 있었던 것일까.

결국 우린 풀고 있었던 것일까. 묶고 있었던 것일까.  

 

이번 <영화속명장면>시간에 만나볼 영화는 국내에서 영화 러브레터, 릴리슈슈의 모든 것으로 유명한 일본 영화계의 영상아티스트 이와이슌지 감독의 언두(Undo 1994)이다. 영화 러브레터는 일본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일약 이와이슌지 감독을 유명감독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었는데 90년대 이후 일본영화를 이야기할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로맨틱한 반전과 오랜 여운을 이야기하며 칭송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러브레터의 흥행과 이슈에 묻혀 그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관심은 조금 덜했던 것도 사실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명장면 시간에 감상할 영화 언두 역시도 러브레터 이상의 좋은 작품으로 주저없이 꼽고 싶다.

 

  

 

이와이슌지 감독은 커리어 초기, TV드라마와 뮤직비디오 연출을 통해 영상미학적인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어 TV드라마 불꽃놀이 아래서 볼까 옆에서 볼까로 일본 감독연맹으로부터 이례적인 신인감독상을 받았고 영화 언두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게된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이와이슌지 감독의 90년대 영화적 특징이라면 인간이 가진 유약한 본성을 끄집어내어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진지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긴 여운과 감동을 영상미학을 통해 선사하는 예술적 매커니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시간에 감상할 언두 역시도 불꽃놀이 아래서 볼까 옆에서 볼까와 더불어 그런 특징으로 필자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영화이다. 

 

모에미와 유키오는 서로 사랑하지만 단조로운 삶의 권태에 빠져 있는 커풀이다. 극중 모에미는 치아교정기를 하고 있지만 더이상 치아교정기를 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지자 치과에 들러 제거치료를 받게되는데 그날 이후부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에 보이는 사물들을 실타래로 꽁꽁 묶어버리는 이상행동을 보이게 된다.

 

강박성 긴박 증후군... 그것은 일종의 사랑병이다. 모에미의 무의식에 존재하고 있던 애정결핍에 대한 두려움이 만든 강한 집착이 치아교정기의 제거수술과 함께 묘한 우연처럼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번 영화속 명장면은 모에미와 유키오 커플이 병원에서 강박성 긴박증후군이란 병명을 전해듣고 나온 후 나누는 길거리 중 키스신인데 유치원 아이들의 한 무리속에서 거침없이 나누는 두 사람의 돌발행동은 여느 커플들처럼 사랑스럽다기 보단 애처롭고 쓸쓸하다. 특히 이 키스신을 자세히 보면 일방적인 모에미의 집착과 사랑이 느껴지고 그에 비해 다소 차가운듯 감흥없는 유키오의 수동적인 모습이 대비되며 이 영화의 전반적인 주제를 함축시키고 있다.

 

한편 이 장면이 오래도록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 또다른 이유는 그런 함축된 의미의 표현뿐 아니라 이와이슌지감독 특유의 영상미학이 만들어낸 섬세한 터치와 짙은 여운을 동반하는 Remedio의 서정적 음악의 절묘한 매치업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 이번 <영화속 명장면> 언두의 키스신을 감상하면서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 언두의 전편을 감상해보시길 권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