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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블렌효과(veblen effect)보다 무서운 밴드왜건효과

베블렌효과(Veblen effect)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렌(Thorstein Bunde Veblen)이 1899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부와 명예를 지닌 상류층 사람들의 소비형태 즉 과시욕과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소비하는 성향을 꼬집어 말한데서 유래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의 가격은 소비량과 공급량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베블렌이 언급하였던 상류층의 소비형태란 이와달리 재화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비쌀수록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고 있다.

 

최근에 한국인들의 사치문화를 언급할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베블렌효과'이다. 한국인들의 허세와 겉치레가 지나친 경향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반적인 베블렌효과라면 부와 명예 등을 축적한 상류층의 특권의식 속 차별화된 소비의 개념으로 그것을 해석해야 하기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한국인들의 사치문화는 '베블렌효과'라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인들의 허세와 겉치레에 더욱 걸맞는 단어라면 '베블렌효과' 보다 '밴드왜건효과(band-wagon effect)'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밴드왜건효과'란 어떤 재화에 대한 구매가 증가할수록 덩달아 구매하거나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대중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말로 모방효과라고도 한다.

 

 

 

사실 베블렌효과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경제적 여력이 되는 일부의 사람들에게서 행해지는 사치문화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렵지 않게 목격되어 왔고 어느 시대, 어떤 사회든지 타인(저소측층 및 일반시민)과 차별화되고 싶어 하는 특권층의 공통된 소비문화는 존재하여 왔다. 하지만 베블렌효과가 밴드왜건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큰 문제이다. 그리고 2014년 현재진행형으로 잠식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밴드왜건효과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조속히 깨달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결혼식과 각종 집안행사를 치루는 것은 물론 분수에 맞지 않는 명품소비와 고급 외제차, 대형세단 등의 선호는 일반적인 베블렌효과에서라면 일부 소수의 상류층에서 행해지는 그들만의 소비겠지만 이것이 모방효과로 이어져 경제적 여력이 없음에도 남들이 하니까 혹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밴드왜건효과로 이어진다면 기본 경제룰의 붕괴는 물론 부익부빈익빈을 부추기고 물질만능주의라는 2차적 사회정신병을 고착시키게 된다. 

 

 

 

단적인 예로 몇해전 있었던 10대들의 노스페이스 아웃도어 과열구매는 그런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밴드왜건효과'를 대변해주는 사례이다. 특히나 유행과 패션에 민감한 10대들의 성향과 맞물려 '노스페이스 제2의 교복화'라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이것을 단순히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 유행이나 트랜드로 간과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최상위 계층의 '베블렌효과'에 기인한 소비문화에서 대중적 '밴드왜건효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봐야하고 그것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들은 낙오자 혹은 패배자라는 그릇된 인식을 어린 10대들에게 심어주어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결국 노스페이스의 가격에 따라 학생들의 신분계층이 나뉘는 근현대적 사건이 21세기에도 벌어진 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지만 더욱 문제는 그것을 더욱 조장하고 편승하게 만드는 판매자들의 그릇된 상술과 그것에 거리낌없이 동조하는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이다. 외국에서는 중저가의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면 이윤의 수십배가 붙어 판매되는 것과 그런 비싼 가격에도 날개돋듯이 판매되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은 비쌀수록 더욱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렌효과'를 이용한 판매자들의 상술이고 그것에 편승하고 모방하고자 하는 한국소비자들의 그릇된 소비형태 속 '밴드왜건효과'때문이다. 결국 한국소비자들은 그릇된 상술에 놀아나는 속된 말로 '봉'이 되고 그런 물질만능이 낳은 폐해는 대한민국의 건전한 소비시장을 왜곡하는 등 여전히 신불자양산과 경제범죄 등은 물론 사회계층간 갈등을 부채질 하며 우리사회를 무서운 속도로 좀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