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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장면

※ 추억의영화 쉘부르의 우산 The Umbrellas Of Cherbourg ※ 시련과 행복의 중간을 오버랩시키는 엔딩신

고전영화의 매력이라면 현대영화들에서는 부족한 감성과 그 감성을 관통하는 서사적인 이야기의 흡입력일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도 엣영화를 그리워하고 옛영화를 찾아서 보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기도 하는데 특히나 예전 영화에 깃든 자신만의 추억이 녹아있는 경우라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영화의 감흥을 절대 잊지 못 할 것 같다.(본인에게는 시네마천국, 봄날은간다. 러브레터가 그러하다.) 

 

이번 <영화속 명장면>에서 만나볼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그런 감성과 추억을 여전히 되살아나게 해주는 영화 '셀부르의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의 엔딩이다. 1957년 벌어진 프랑스와 알제리간의 전쟁 중 프랑스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에서 펼쳐지는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이 영화는 프랑스의 유명여배우 까뜨린느 드뇌브가 주연하였고 영화 전반에 걸쳐 모든 대사가 노래로 처리된 개성넘치면서도 기념비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이완맥그리거 주연의 '물랑루즈'와 조니뎁 주연의 '스위니토드'를 감상하신 분들이라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가난한 자동차 정비공 기이(니노 카스텔누오보)와 작은 우산가게의 외동딸 쥬느비에르(까트린느 드느브)는 그 나이대에서라면 누구나 그렇듯 열정적인 사랑을 하게 되고 미래를 약속한다. 하지만 쥬느비에르의 어머니는 딸이 가난한 청년 기이와 교제하는 것을 반대하고 설상가상으로 기이는 영장을 받고 입대를 하게 되는데 그렇게 헤어졌어도 먼 곳 전쟁터에서 빠짐없이 날아오는 기이의 편지와 자신의 뱃속에서 자라는 기이의 아이로 인해 쥬느비에르는 삶의 희망을 이어간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기이의 편지는 오질 않고 어머니의 우산가게는 파산위기에 놓이며 그녀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런 그녀앞에 나타난 보석상 남자. 기이를 잊을 수 없었던 쥬느비에르는 그의 청혼을 거부했지만 그가 자신과 자신의 뱃속 아이까지 책임지려 하는 진심을 알고 결국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쥬느비에르는 보석상과 결혼해서 쉘부르를 떠나고 다시 몇해가 지나 전쟁의 상처를 안고 기이는 쉘부르로 돌아오는데 자신이 떠나있던 시간동안 쥬느비에르의 변심과 결혼소식을 듣고 그는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기이를 짝사랑해 온 마들렌은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망가져가는 기이를 보며 괴로워하고 기이의 재기를 위해 물신양면으로 돕는다. 마들렌의 진심어린 보살핌으로 전쟁터에서 입었던 다리의 상처도 나았고 어두웠던 기억도 지울 수 있었던 기이는 이후 마들렌과 결혼하여 작은 주유소를 운영하며 자신을 빼닮은 아들 프랑소와를 낳고 더없이 행복한 날들을 맞이한다.

 

 

그러던 어느 눈이 펑펑 쏟아지는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기지 않은 날에 기이와 쥬느비에르는 운명처럼 다시금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그 모진 세월을 견뎌낸 후 만난 그들이지만 이제는 그 어떤 변명도 용서도 부질없음을 알아서일까. 잠시 서로에 대한 짧은 안부와 행복을 묻는 대화만을 남긴채 쥬느비에르는 딸 프랑소와와 함께 펑펑 눈이 오는 거리로 다시 차를 몰아 사라지고 기이는 마침 외출하고 돌아오는 아내 마들렌과 아들 프랑소와와 행복한 눈싸움을 즐긴다. 

 

 

 

인생은 어떤 의미에서 우산으로 설명된다. 비와 눈, 바람을 막아주는 나의 우산안으로 누군가 들어왔을때 함께 역경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지만 다시금 하늘이 개이고 햇살이 비추면 그 누군가는 나의 우산밖으로 떠날수도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괴로워하고 슬퍼할 필요만은 없다. 완전히 비워낸 우산 속 그자리가 없다면 또 다른 비오는 어느날 다른 누군가의 방문을 맞이할수가 없는 것이다. 

 

※ 영화 쉘부르의 우산 The Umbrellas Of Cherbourg 엔딩 1964 ※

 

영화 '쉘부르의우산'의 마지막 엔딩을 보면 감성적인 음악과 겨울의 펑펑 쏟아지는 눈 그리고 오랜 이별 후에 만난 기이와 쥬느비에르의 모습에 안타까움과 까닭 모를 약간의 비애감을 느끼게 되지만 곧이어 더없이 행복해 하는 기이의 모습을 보며 떠나는 사랑과 다시 찾아오는 인연의 인생사 섭리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아마도 팔팔하던 20대의 모험 그리고 시련과는 또 다른 안락감 그리고 조금은 아쉬운 마음과 같은 어른들의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쉘부르의우산'의 엔딩에서 더없이 느끼게 되는 따뜻함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