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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OST

※ 은하철도 999, The Galaxy Express 999 극장판 OST 1979 ※

일본 애니매이션을 볼때면 문화의 힘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요즘 어린세대는 다소 강요받는 느낌이 덜하지만 아마도 7080년대생들에게는 반일에 대한 감정을 학교교육과 부모세대로부터 알게 모르게 강요되었고 이유 따위는 깊이 생각해볼 여유도 없이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주입되어 왔었다.

 

하지만 당시 무책임한 어른들은 대중적인 반일의 흐름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교묘히 일본의 음악, 일본의 드라마, 일본의 만화를 국내로 들여와 국산으로 둔갑시킨다던지 굳이 일본것이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으며 시청자와 팬들을 기만하기도 했었다. 반일이 절대시 되던 시절에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느낀 배신감은 상당히 컸었다. 

 

 

 

특히 애니매이션의 경우 주시청층이 10대였음을 감안하면 지금도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릴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빨간머리앤, 허리케인죠, 아톰, 은하철도999, 바이오맨, 철인28호, 드래곤볼 등의 향수와 뼈속까지 강요된 반일의 이중적 자세가 혼란스럽게 교차되도록 만든다.

 

어린시절 우리는 신세계를 여행하며 악과 싸우고 정의를 위해 활약하는 주인공들을 응원했고 그 주인공들이 전하는 용기와 평화의 메시지를 진리처럼 믿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캐릭터들이 우리가 미워해야 할 일본인들이 만들었으며 어느날 그 캐릭터들이 일본어를 하는 모습이라도 본 경우라면 우리는 일본인을 응원해왔다라는 다소 어처구니 없는 죄책감마저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여러 국제적 문제로 인해 비판해야 할 일본인들과 종속된 추억을 공유하게 된 웃지 못할 이런 일들은 여전히 7080세대들의 뇌리에 자리하며 떨쳐낼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 되어 버린 것 같다. 

 

 

 

하지만 복잡한 국가주의와 이념을 배제하고 순수 작품의 완성도와 감흥으로 이야기하면 어린 시절 보았던 일본만화의 감동은 두말할 것 없이 최고였다. 특히 이번 시간에 듣게 될 영화음악OST '은하철도999'의 경우 막연하게 느낀 우주의 신비와 환타지를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심어주며 꿈과 이상을 품을 수 있도록 했었다.

 

한편 '은하철도999(THE GALAXY EXPRESS 999)'는 일본의 유명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소년잡지 '소년킹'에 연재되었고 이후 1978년부터 1981년까지 TV애니로 방영되어 대히트를 했었는데 1979년에는 린타로 감독에 의해 극장판으로 개봉하여 그해 일본영화 역사상 애니매이션으로 첫 흥행1위라는 대기록을 쓰기도 했던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80년중반 TV만화로 저녁시간에 방영되어 어린이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었다.

 

※ 은하철도999 극장판 OST 테츠로테마

 

'은하철도999'의 주요이야기는 문명이 발달하여 우주여행이 가능해진 먼 미래에 기계백작으로부터 어머니를 잃게 된 데츠로(한국명 철이)가 기계백작에게 복수하기 위해 메텔과 함께 은하철도999로 명명되는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주요 스토리로 하고 있다. 처음 기계백작을 물리치기 위해 자신 역시 영원한 삶의 기계몸이 되고 싶어했던 데츠로는 우주여행을 하며 기계문명의 폐해와 기계에 의해 종속된 인간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결국 기게백작을 넘어 기계제국과 싸울 것을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기계모성에서 메텔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데츠로는 위기에 직면하는데.. 

 

이렇듯 '은하철도999'는 흔한 SF공상만화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30년전 당시에는 신선한 소재와 파격적인 내용으로 물질만능과 비판없는 기계문명 등 급격한 문명의 발전 속 사회문제를 처음으로 경고한 기념비적인 애니매이션이었다고 보여진다. 

 

※ 은하철도999 극장판 OST 러브테마-오프닝

 

한편 다소 무거운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매이션의 영화전편에 흐르는 서정적이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OST는 이 작품의 대중적 인기를 불러온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신비한 우주여행이라는 컨셉에 맞춰 몽환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하였고 때로는 SF애니다운 리드미컬한 멜로디로 작품의 몰입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끝으로 막연했던 우주에 대한 환상과 꼬마 데츠로의 목숨을 건 여정이 많은 이들의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었듯 이와 같은 좋은 작품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고 기왕이면 우리의 기술력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되길 바람해본다. 더이상 원치 않는 배신감에 혼란스러워질 세대는 우리만으로 족한 것 같다.